◑ '세상 끝집'이라는 공간의 의미
- '세상 끝집'은 지리적으로 작은 마을과 전원 풍경, 그리고 불길한 연기가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바쁜 일상이 펼쳐지는 세상속과의 어울림이 아니라 그저 관망하는 자의 위치에 있다. 언뜻 보기엔 전문 병원인지 알 수 없는 모습이지만, 조금만 더 발을 들여놓으면 조심스러운 몸짓, 세심한 주의, 간헐적인 비명소리, 모든 것을 정지된 것처럼 바라보는 체념의 시선, 그리고 스러져 가는 숨결들을 만나게 된다. 바로 존재와 부재가 교차하는 병원인 것이다.
- 작가가 만난 '세상 끝집'에는 많은 사연들이 살아있는 곳이다. 그 사연들은 죽음에 대한 언급과 격렬한 고통을 상기시킨다. 그로 인한 쓰라린 상처는 결코 아물지 않는다. 작가는 숨을 거두는 최후의 순간을 비롯한 모든 존재의 삶에서, 가치 있는 것, 실존적인 것, 그리고 대체할 수 없는 본질적인 것들에 관해서 언급하려 했다. 결국 그 많은 사연들은 제각기 하나의 사랑이야기인 것이다.
◑ '세상 끝집'의 사람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세상 끝집'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방문하는 이들을 맞아주는 접수처 직원, 간호사, 관리부서원, 자원봉사 간병인, 의사 …
보호자로서의 그들은 언제나 바쁘다.
수집품들로 병실을 채웠던 환자, 병실을 거점으로 그곳에서 특별 강연을 가졌던 환자, 병실을 아기자기하게 꾸몄던 환자, 방문할 어느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병실을 궁전처럼 장식했던 환자 …
보호를 받는 자로서의 그들도 언제나 바쁘다.
- 이 책에서 그들의 관계는 처음부터 정의되어 주저하는 틈으로 우리에게 공포와 사랑이 서로 만나는 세상속의 다양한 인간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한 공간속에서 다른 입장의 사람들을 보여주고 단절과 연속이 반복함으로써, 강렬한 삶에 대한 욕망을 충격적이고, 모순적이면서도 생명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 작가의 눈
"세상 끝집에 머물고 있는 환자들을 만나보면서 그들이 내게 인생 중에서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고통스러운 부분을 숨김없이 이야기해 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어나 보겠느냐는 의사의 말에 있는 힘을 다해 잠시나마 휠체어에서 몸을 일으킨 에이즈 환자는 마치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죽을 것임을 알면서도 살고자하는 욕망을 되찾았던 것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결국 작가는 세상의 끝에 선 사람들을 통해서 더욱 삶에 대한 열정을 느끼게 된 것이다. 작가가 바라본 '세상 끝집'은 그저 차가운 파란 벽, 닫혀진 창문으로 인한 부재의 공간만이 아니다. 작가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다양한 사연들이 존재하는 곳으로, 바쁜 우리들을 차분히 잡아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 책의 내용은 픽션이 아닌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 다만 등장인물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다. 구성은 제1부 이 세상에서의 삶, 제2부 운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러 편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프랑스 문학이 풍기는 다소 심오할 수 있는 문체들을 비교적 쉽게 풀어쓴 만큼 우리들의 정서에도 맞을 것이다. 한번 읽는 것보다 두 번, 세 번 접할수록 앙뜨완 오두아르가 정의한 세상에 대해 쉽게 공감할 것이다.
일이 잘 안 풀린다고 생각한다면 잠시 쉬어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세상 끝집'에는 여전히 보호를 받아야 하는 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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